|
열두시에 잠이 들었다. 늘 그렇듯이.
보통은 여섯시와 여섯시 반 사이에 잠에서 깨어 나보다 늦게 잔 애인군의 문자를 확인하고 - 나 지금 잘게 - 한밤의 심심함에 몸을 떠는 친구들의 문자를 씹는다. 창문을 열고 새벽의 기분좋은 싸늘함을 침대에 누워서 맞으면 8시에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때는 보통 요플레와 아몬드, 호박씨를 아침으로 먹게되어 있다. 검은콩 콘프레이크는 옵션. 오늘은 3시였다. 바깥은 바람소리조차 없었다. 나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이불을 안고 몸을 뒤척였다. 왼쪽 등과 목과 골반뼈가 아프지도, 편하지도 않았다. 그저 불편했다. 불을 켰다. 벌써 3달째 죽어가는 전구 하나가 깜빡이자 어두운 거실을 가로질러 베란다 전면창에 깜빡이는 내 모습이 비친다. 나는 짧은 바지를 입어 끔찍히도 외계인같아 보인다. 지구상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모습을 몰아내려 거실 불을 켰다. 멀리서 개가 짖는다. 화장실에 앉아있으면, 내 뒤에 있는 거울이 느껴진다. 고개를 돌아보면 무엇이 보일까? 갑작스러운 빛이 고통스러워 찡그린 내 얼굴? 아니면 일그러진 긴 머리의 처음 보는 여자? 충동은 가슴을 방망이질한다. 나는 의연한 척 너스레를 떤다. 불이 꺼질 때마다 가슴은 내려앉지만 내 발걸음은 변함없다. 나는 어두운 방을 가로질러 창을 열고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히지 않게 고정시켰다. 침대에 누울 때가 되자 가슴은 얼음이 녹듯 진정된다. 날카롭게 쑤시는 온갖 생각과 몸의 감각들도 녹아 잦아든다. 모든 것은 고요하다. 개조차 짖지 않는다.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죽였던 사람들이 원령이 되어 나타나는 꿈을 꿀것이라고, 틀림없이 그런 꿈을 꿀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잠을 청했다. 잠은 끔찍하게도 오지 않았고 결국 아침까지 어떠한 꿈도 꾸지 않았다. 고요한 밤은 시끄러운 밤보다 무서웠다. # by | 2008/06/24 13:08 | 내 이야기 | 트랙백 | 덧글(6) |
|


카테고리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